신문의 위기 대하는 한-유럽 언론의 상반된 자세

신문의 위기 대하는 한-유럽 언론의 상반된 자세

경향신문 지령 2만호

경향신문이 지령 2만호를 맞아 특집 '신문의 부활을 꿈꾼다'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오늘자엔 '신문의 위기는 민주주의 위기다'와 '사회문제 비판 넘어 독자 체감 대안 내놔야', '분명한 색깔, 재정적 기틀 마련하는 게 우선'까지 세 꼭지의 기획 기사를 선보였습니다. 이 가운데 '진보언론의 조언'을 담은 '사회문제 비판 넘어 독자 체감 대안 내놔야' 기사에 다소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들이 담겨 있어 소개하고 넘어가려 합니다.

대안은 신문에 대한 정부 지원?

기사 문구 그대로 인용하겠습니다.

"재정적으로 취약한 진보 언론을 살리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이 많다. 구독이 늘수록 수익이 악화되는 신문시장의 구조적 모순을 타개할 묘책이 없는 상황에서 개별 언론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리고 또다른 대안으로 정태인 성공회대 교수의 코멘트를 인용합니다.

"결국 진보언론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해법은 충성도 높은 독자층을 확보해 구독료를 인상하는 방법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진보 언론에 대한 정부 지원과 구독료 인상. 먼저 신문 전반의 위기 상황에서 진보 언론에게만 국민의 세금을 선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은 명분을 얻기도 힘든 비현실적 대안입니다. 당연히 비진보 진영에서는 "왜 진보 언론만 지원하냐 신문 전체를 지원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저널리즘에 대한 지원이 아니라 진보 언론에 대한 지원이라면 결코 설득력을 얻기 힘들 것입니다.

후자는 충성도 높은 독자층 규모와 맞닿아 있습니다. 즉 '인상된 구독료*구독료 인상으로 이탈 뒤 남은 충성 구독자 >= 현재 구독료*현재 구독자' 이 전제를 만족시켜야 가능한 시나리오지요.

현재 추정키로는 신문에 대한 신뢰도가 낮을수록 신문 가격(구독료)에 대한 수요탄력성을 높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따라서 이탈 정도가 높을 수 있다는 사실이죠. 경향신문이 여기에 해당하느냐 아니냐는 좀더 관찰이 필요할 것입니다만, 신문 기사의 대체 가능성과 온라인 구독 대체성 등을 감안하면 구독료 인상은 위험한 선택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지난 6월 NYT가 신문값을 인상한 영향으로 구독료 수익이 나아지긴 했지만 전반적인 침체 상황을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는 못했습니다. 그나마 NYT는 온라인이나 다플랫폼 전략으로 수익을 보충하는 여지가 마련돼 있었고 인상에 따른 이탈 규모가 치명적이지 않을 정도로 충성도 높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었기에 위험한 국면을 맞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국내 신문은? 진지하게 던져봐야 합니다.

정론지 전략으로 가면 재정난은 없어질까?

또 하나의 대안으로 정론지 전략이 제기되더군요.

"현실 문제에 대한 해법은 다양하지만 권위지, 정론지로 나아가는 노력이 장기적으로는 유일한 생존전략이 도리 수밖에 없다는 지점에 맞닿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르몽드와 리베라시옹, 독일 타츠 등을 거론하고 있습니다. 사실 권위지, 정론지 전략은 벌써 십여년째 계속되는 대안 전략입니다. 고장난 레코드판마냥 반복되고 있지요. 그래서 더이상은 대안처럼 여겨지지 않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런 의문을 던져볼 수 있습니다. 권위지, 정론지는 재정난이나 위기에서 예외인가? 결코 아닙니다. 권위지, 정론지 전략은 콘텐트 중심의 신뢰 회복 전략으로 당연시 되는 대안이지 경영의 위기에서 대안적으로 제시될 수 있는 해법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뉴욕타임스가 권위지, 정론지가 아니어서 지금과 같은 재정난에 빠진 건 아니지요. 르몽드는 지난해 감원설까지 돌았고 올해 들어서도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사르코지의 입에서 지원 방안까지 나왔을 정도죠.

신문의 위기, 대안 찾는 유럽

이 정도로 하고 신문의 위기를 대하는 유럽의 태도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주, 유럽에서는 OPA와 INMA가 공동으로 개최한 연례 2010년 전망 컨퍼런스가 열렸습니다. 미디어 비즈니스의 혁신과 전환, 수익 모델에 대한 내용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이 컨퍼런스에서 소개된 몇 가지 혁신 사례 가운데 Vertical Newspaper 모델이 주목을 받았다고 합니다. 기존의 신문의 손에 들고 다니기엔 크고 가로로 넘기는 포맷이기에 옆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가 있었죠.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차원에서 크기를 줄이되 보고서처럼 아래에서 위로(Vertical) 넘겨볼 수 있도록 제작됐습니다. 플립북이라고도 하는 모양이더군요.

이 포맷을 소개한 사람은 네덜란드 De Telegraaf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Peter Bluijs라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동영상을 참조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는 신문의 미래는 꼭 신문 인쇄의 포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면서 이 같은 대안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물론 이 컨퍼런스에선 신문이 살아남기 위한 다양한 대안들이 제시됐습니다. 뉴욕타임스의 Yasmin Namini 신문 유통 부문 부회장은 “전자 디아비스를 통한 유료화에 진짜 기회가 있다"며 킨들과 같은 ebook reader의 가능성에 주목을 했습니다. 특히 NYT는 지난 9월부터 아마존과 함께 킨들 판매와 신문 구독을 번들로 묶은 상품을 테스트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워싱턴포스트와 보스톤 글로브도 현재 이 모델을 테스트 중이라고 하네요.

NYT는 신문 구독을 해지한 독자와 신문의 가구 구독 외에 존재하는 독자들을 상대로 이메일 캠페인을 벌였는데요, 10분만에 전부 팔려나갔다고 합니다. 그만큼 호응이 좋았다는 것이죠. 물론 E-book Reader 발행인들의 고민 거리를 해소하기엔 여전히 부족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호주 언론사와 애플

이에 뒤질세라 애플도 발빠르게 언론사들과 접촉하고 있습니다. 광파리님의 포스트에 소개된 문구를 그대로 인용하도록 하겠습니다. ()

"애플 태블릿에 관한 새로운 얘기가 나왔습니다. 호주발 기사입니다. 애플이 호주 언론사 사람들을 만나 태블릿을 통해 신문/잡지를 판매하는 방안을 협의했고 내년 초에 나올 거라고 합니다. 미국에서도 뉴욕타임즈 와이어드 등과 협의했다고 알려졌는데 언론사 접촉이 사실인가 봅니다."
이렇듯 신문의 경영 위기, 신뢰 위기를 대하는 유럽과 한국 언론사의 태도는 크게 차이가 납니다. 일부 언론은 방송이 대안이라며 너도나도 종편, 보도채널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고 그렇게 나서지 못하는 일부 언론은 구독료 인상을 논하고 있습니다.

저널리즘의 본질을 해치지 않으면서 신뢰를 강화하고 비즈니스를 재구축하려는 혁신 모델에 대한 아이디어는 국내 언론사의 움직임에서 찾아보기 힘드네요. 지금은 진정으로 올드미디어와 뉴미디어가 생존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컨퍼런스가 열리고 언론사가 그 주체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 시애틀 타임스가 로컬 블로그와의 협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길 기대하고 있다는 기사가 눈에 띄네요. Networked Journalism 모델을 J-lab의 협조를 바탕으로 시도 중이라고 하면서요. '산-학-시민'의 삼자 연대모델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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