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옴부즈맨 도입, 언론사가 발끈할 이유 있나?

네이버 옴부즈맨 도입, 언론사가 발끈할 이유 있나?

*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그만은 현직 외국계 포털 종사자로 이 글은 순전히 개인적인 입장이며 모든 책임은 제게 있습니다.

NHN이 운영하고 있는 국내 1위 포털 네이버의 옴부즈맨 제도가 지난 2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어찌보면 고육지책이라 할 수 있겠다. 포털 사업자로서 정보 매개에도 책임이 따른다는 잇단 판결과 언론의 공격과 고객들의 불만에 따른 보호본능의 발로라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NHN 네이버 옴부즈맨 제도의 시행은 언론사들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준 것이 분명하다.

마치 약속이나 한듯이(뭐 당연히 시기를 맞췄겠지만) 네이버가 편집권을 침해할 듯한 뉘앙스의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언론사의 기막힌 이중적 태도가 여기서도 나타난다.

언론사도 아닌 네이버가 웬 옴부즈맨? 매일경제 2009.11.02

언론사들이 반발하는 이유다. 건방지게 포털 사업자 주제에 언론사의 기사를 품평하다니... 라는 거다.

온라인신문협회,뉴스캐스트 옴부즈맨제도 개선 촉구 전자신문 2009.11.02

그래서 신문사 닷컴 자회사 모임인 온라인신문협회가 공식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예전에도 온신협은 네이버의 뉴스캐스트의 정책 변경에 사사건건 코치해온 단체였다.

온신협이 네이버의 옴부즈맨 시행에 대해 반발한 내용과 더불어 그만이 생각하는 내용을 이어붙여 보겠다. 다시 말하지만 이 의견은 그냥 개인적인 판단이고 생각에 불과하다.

옴부즈맨 제도 시행에 따른 온신협의 공식 입장 [전문보기]

따지고 보면 이번 옴부즈맨 제도 도입은 NHN이 자신들의 독선과 오판으로 발생한 서비스 실패의 책임을 언론사에게 떠 넘기는 행태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협회는 다음과 같이 옴부즈맨 제도의 개선을 요구한다.

 1.옴부즈맨이란 용어는 언론사가 쓰는 것이지 뉴스 유통회사인 NHN이 쓸 용어가 아니기 때문에 바꿀 것을 요구한다.

무슨 소리인가. 옴부즈맨을 써야 하는 자격증명이라도 있단 말인가. 옴부즈맨을 언론사의 용어로 써야 한다면 닷컴이라거나 고객센터 같은 용어는 인터넷 회사들이 써야지 언론사들이 쓰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일반용어를 마치 특수 집단의 구분 기호인 것 마냥 사용하는 것에 대해 어처구니가 없다. 그동안 언론사닷컴 내부에 있는 엄연히 편집과 취재와 기자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기자'라고 부르지 않는 등 폐쇄적인 조직 문화가 지금의 후진적인 인터넷신문 운영 형태를 만들어 낸 것이 아닌가.
용어로 말꼬리 잡는 행태는 치졸하다.

 2.이용자에게 전면 공개하는 운영 방식(카페)은 폐지해야 한다.독자 의견을 각 사에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라면,각 사 독자 게시판을 활용해야 한다.개별 언론사가 편집한 뉴스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 해당 언론사가 직접 문제를 제기하도록 하는 방법을 마련하기를 촉구한다.

공개를 원칙으로 하는 많은 위원회 활동을 다시 밀실로 되돌리자는 말인가. 몇몇 관계자만 알고 서로 결과만 공유한다면 구태여 이런 옴부즈맨 제도를 만들 이유 조차 없었다. 당연히 옴부즈맨은 공개적인 활동을 해야 하는 것이고 이에 대한 온신협의 문제제기는 그냥 하지 말라고 으름장 놓는 것 뿐이다.

문제는 뉴스를 매개 유통하는 사업자에게 오보와 선정성, 명예훼손 등에 대한 책임을 모두 묻게 해 놓은 판결부터 바꿔보든가. 안 그렇다면 포털 입장에서 컨트롤 되지 않는 지금의 언론사의 뉴스캐스트 운영 방식으로는 위험천만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더구나 온신협 회원사를 대상으로 한 것도 아니다.

이 제도는 누가 봐도 뉴스캐스트 확대에 따른 품질 유지에 대한 고민으로 나온 제도로, 이것이 무력화되면 앞으로 뉴스캐스트에 다수 참여하게 될 타 언론사들의 선정적인 편집에 온신협 회원사들 역시 싸잡혀 욕먹을 가능성도 높아졌다.

차라리 제대로 된 언론사라면 이용자와 독자들의 모니터 상황에 대해 경청하고 개선하는 시스템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3.온신협에서는 편집데스크 협의체를 만들어 자정 노력에 힘쓸 예정이므로, 차제에 옴부즈맨 제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

결국 옴부즈맨 제도 자체를 폐지하라는 것인데, 아쉽게도 온신협 협회사는 고작 10여개, 뉴스캐스트에 랜덤 노출될 언론사는 줄잡아 40여개에 앞으로 두 배는 더 많은 언론사들이 참여하게 된다. 온신협이 여전히 모든 언론사닷컴과 인터넷신문의 대표 기관이 아닌 이상 네이버가 자체 옴부즈맨 제도를 폐지할 명분은 없다.

차라리 양쪽을 병행하면서 좀더 강화된 품질 기준으로 서로 보완해주는 역할을 해주는 협력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 낫지 않겠는가.

근데 이런 상황을 예측했으면서 왜 그간에는 그러지 못했나?

 4.협회는 이상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네이버의 옴부즈맨 제도 시행이 인터넷 이용자의 힘을 빌려 언론사를 더 종속화시키려는 의도가 숨어있고 언론의 편집권에 대한 침해로 간주하고 전면 대응할 것이다.

인터넷 이용자의 힘을 어떻게 빌리겠다는 것인지 이해는 안 간다. 일단 그만과 같은 인터넷 사용자도 네이버의 이 같은 조치가 대단한 음모를 품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 오히려 언론사들 스스로의 자정에 기대를 품었지만 경쟁적인 편집에 직접 개입하기는 힘들고 독자들의 힘들 살짝 빌려오자는 취지인 것 같다. 짧게 말하면 '면피성' 조치에 불과해 보인다.

그동안 그만은 물론 많은 사람들이 네이버의 뉴스 캐스트 등의 다양한 조치에 대해 언론사들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봤지만 어떠한 전략적인 선택도 단기적인 생존 목적 앞에 무력하게 무너지는 모습 또한 봐왔다.

차라리 이번 기회에 언론사닷컴의 단합된 힘을 보여주기 바란다. 네이버라면 그런 위협 전략에 반드시 대안을 마련해 줄 것이다.

네이버가 대놓고 말한 실망감을 되돌리려면 굴복시키든가 협력하든가 하는 길 뿐이다. 중간에 엄포만 놓고 뒤에서 하나둘씩 이탈자가 나오면서 언론사는 단합되지도 단합할 수도 없는 조직이라는 인상을 그동안 너무 많이 보여줬다.

NHN은 지난 10월 30일 온라인신문협회(온신협) 대표들에게 공문을 보내 '각 사가 이용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양질의 뉴스 편집을 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깨졌다'며 11월 2일부터 옴부즈맨 제도 시행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선언한 바 있다.

근데 참 어이 없는 것이 네이버의 옴부즈맨 제도라는 것이 고작 이거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온신협의 대응은 별로 실익도 없는 자존심 지키기 위해 발끈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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